음악과 가사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서

Posted at 2006/06/21 21:50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음악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매개체를 가지고 생각을 표현한다. 시간을 분할 하는 방법은 리듬으로 표현되고, 공간을 분할하는 방법은 곧 멜로디가 된다. 시간과 공간을 서로 떼어놓고 생각 할 수 없듯이 리듬과 멜로디 역시 관념적으로 따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떼어 놓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음악에서 가사가 중요하고 할 수 있을까?

가사는 곧 글이며, 글이란 생각을 전달하는 수많은 방법중에 하나이다. 즉, 가사와 음악은 생각의 전달이라는 공통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음악은 리듬과 멜로디의 조합을 갖고서 생각을 전달하는 방법이고, 글이란 약속된 기호를 가지고서 생각을 전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음악만으로도 생각을 전달 할 수가 있는데 왜 또 가사를 덧붙혀 생각을 전달하려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언어가 주는 편리함에 있다. 인간은 서로 약속한 수십만개의 단어를 가지고 생각을 전달하고 받아들이는데 익숙해 져 있다. 어려서부터 수많은 단어에 무방비한 생태로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궂이 배우려고 하지 않아도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통한 생각의 전달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는 직설적이고 확실하게 생각을 전달하고 받아들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긴 하나, 이런 방법이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생각을 전달하는 또다른 방법들들에 대해서는 어려워하게 된다.

음악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아주 훌륭하게 생각을 전달해 주는 매개체이다. 하지만 이것을 받아들이는데 힘이 드는 사람들은 자꾸 언어의 도움을 받으려 할 수밖에 없고,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서 바로 음악에 가사를 덧붙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주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리듬과 멜로디를 통해 전달하려는 생각이 가사를 통해 전달되는 생각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촉촉히 내리는 빗방울의 모습을 음악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갈대를 휘날리는 바람의 모습이 가사로 붙혀 진다면 과연 이 음악과 가사를 듣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받아들이게 될까?

나는 이것을 또하나의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미술관에서 누군가가 이 그림을 보며 그린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심상치 않은 여성들의 얼굴에서 공포감이 나는 듯도 하고 오른쪽에 있는 사람들은 총과 칼을 들고 있는 듯도 하고 우중충한 회색으로 표현된 사람들에게서 비인간적인 모습들이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그림 아래 덧붙혀진 해설을 보게 된다. "입체파에 들어산 피카소의 대표작이다. 흔히들 이 작품을두고 20세기 회화사상 가장 주목할 작품이라고들 하는것은 이 그림에서 기하학적 포름으로 환원된 인체와 반 추상의 형태가 나타난까닭이다. 이작품은 형태상의 문제도있지만 , 여성들의 근원적인 생명력의 강한 호소도 보인다." 그리곤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작품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이 그림은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이라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림에 달린 해설은 또다른 피카소의 작품인 "아비뇽의 아가씨"에 대한 것이다. 그림을 보고 있던 사람은 그림이 전달하려는 생각을 잘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엉뚱한 해설로 인해서 다른 생각을 전달받게 된것이다.

음악이 전달하려는 생각에 맞게 가사가 덧봍혀지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는 음악이 전달하려는 생각을 가사가 대신 전달해 주기 때문에 쉽게 그 생각을 전달 받을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 하더라도 가사가 중요하다고는 말 할 수 없다. 음악은 그 자체만으로, 즉 리듬과 멜로디 만으로도 생각을 전달하는 매개체이며 가사로써 생각을 전달한다고 하지만, 매개체가 달라짐으로써 생기는 미묘한(혹은 거대한) 차이는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다면 가사가 음악에 있어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언어가 주는
편리함에서 벗어나 약간은 불편하겠지만 다른 방법으로 생각을 전달하려는 것들이 소근거리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제한된 언어를 통해서 받아들이는 생각에는 한계가 있지만, 음악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생각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에 더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06/06/21 21:50 2006/06/2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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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토의 원을 그릴수있을까??? from 문화와 이상의 조화 2009/05/12 12:10 [삭제]
  1. jack

    2006/07/01 16:40 [수정/삭제] [답글]

    아침엔 잘 들어 갔냐?
    술을 너무 마셔서 민망하다... 아침에 비가 와서 더 좋았다. 그치?

  2. 비밀방문자

    2009/05/12 12:19 [수정/삭제]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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