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표준을 대하는 개발자의 자세

Posted at 2010/06/27 19:56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유, 참여, 개방"은 웹2.0의 주요 철학입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웹사이트 혹은 웹페이지들은 그 존재 자체로 커다란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대상을 가리지 않고 수용될 수 있다면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이런 이유에서 웹표준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웹표준에 알맞게 만들어진 machine readable 한 문서는 일반적인 브라우저를 비롯하여 텍스트 브라우저, 스크린 리더, 점자 장치나 스크린 확대 장치 등에서 쉽게 해석되며 어떤 누구에게든 정보 전달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웹표준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전적인 의미로야 W3C나 ECMA 같은 단체에서 웹의 측면을 서술하고 정의하는 공식 표준이나 관련된 기술 규격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넓게는 이러한 규격을 통해 얻게 되는 사용성 및 접근성 등을 포함하지요.

가능한 많은 사용자가 불편함 없이 쉽게 웹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웹표준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죠. front-end engineer나 웹 UI 개발자들은 여러 브라우저에서 동일하게 보이는 페이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이유도 알 수 없는 버그와 씨름하며, 쓸데없는 CSS 핵을 남발합니다. 또한,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구조에 알맞은 엘리멘트를 사용하려 고뇌하기도 하지요.

HTML의 태생이 마크업(표기)을 위한 언어이다 보니 어떻게든 보이는 페이지를 생산해 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엔 시멘틱(표의)을 담지 않고선 페이지로서의 위상이 떨어져요. 그만큼 웹표준을 통해 얻게 되는 사용성과 접근성이 중요해진 시기입니다.

일차적으로 웹표준을 지키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일단 문서와 표현을 HTML과 CSS로 분리하고 문법에 맞게 하면 돼요. 여기에다 의미전달을 위한 적절한 엘리먼트 사용과 구조화 정도만 지켜 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생산물이 됩니다. 후자는 어느 정도 틀에 맞출 수 있으나 복잡한 데이터를 구조화하려면 대게는 주관적 판단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정답이 없다는 얘기지요. 이럴 때 저는 가장 심플한 구조로 표현과 전달을 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면 좋습니다.

이차적으로 웹표준을 지키는 것은 조금 까다롭지요. 만들어진 페이지가 모든 기술적 테스트를 통과한다 하더라도 브라우저에 보이는 모습은 천차만별이고 스크린 리더에서는 버벅대기도 합니다. 이것은 아주 큰 문제이지요. 개발자들의 문제가 아닙니다. 바로 소프트웨어의 문제이지요.

웹표준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개발자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완성도도 높아져야 합니다. 표준을 정의해 놓고 그것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면 그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표준이겠지요. HTML5가 곧 나온다고는 하지만 소프트웨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답습될 게 뻔합니다.

IE6같이 웹표준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소프트웨어에서 웹표준에 맞게 만들어진 페이지가 제대로 보이는지 체크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대다수 사람이 IE6를 사용하잖아요. 웹표준의 관점에서는 어떠한 누구라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 상관없이 쉽고 명확하게 정보 전달이 가능해야 하잖아요? 최소한 레이아웃이 깨지지 않게,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신경 써 주는 노력이 바로 개발자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2010/06/27 19:56 2010/06/27 19:56
  1. buy tiffany

    2010/07/20 17:24 [수정/삭제] [답글]

    의미 전달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신경 써 주는 노력이 바로 개발자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프리미어리그 09-10시즌 막판의 드라마?

Posted at 2010/04/18 20:33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리미어리그 09-10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 맨유의 4연속 우승과 빅4 체제의 재편 등을 관전 포인트로 예상했었는데요, 최근의 극적인 경기 결과들은 예상보다는 더욱 흥미진진합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이제 35라운드 경기가 끝났으니 앞으로 3게임을 남겨둔 상태입니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바로 맨유와 첼시의 선두 경쟁이지요. 맨유는 33라운드에서 사실상 챔피언결정전인 첼시와의 경기에서 패했었죠. 더군다나 지난 34라운드 블랙번과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함으로써 첼시와는 승점이 4점이나 벌어졌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에 패해 챔피언스 4강 진출이 무산된 상태에서 리그 우승마저 멀어져 버려 팬들의 실망이 대단했지요.
하지만, 35라운드가 끝난 지금 맨유는 선두 첼시를 승점 1점 차이로 바싹 따라붙고 있습니다. 우선 맨체스터 더비 이야기를 해야 할 듯해요. 지난 6라운드 사상 최고의 맨체스터 더비라 불리며 멋진 명승부를 보여줬던 양팀이 바로 어제 중요한 사명을 걸고 다시 만났지요. 맨유는 리그 우승의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맨시티는 리그 4위 안착을 위해!
양팀 모두 승리해야만 하는 이 경기의 승부는 바로 맨유의 노장 폴 스콜스의 머리에서 갈라졌습니다. 0대 0 무승부로 끝나는 듯한 경기 종료 30초 전 스콜스는 에브라의 크로스를 헤딩 골로 연결하며 극적인 승리를 장식했어요. 이쯤 되면 지난 맨체스터 더비에서 역시 30초를 남겨 놓고 결승골을 작렬했던 오웬이 생각날 만하지요?
반면에 첼시는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까다로운 상대인 토트넘을 만났지요. 토트넘 역시 맨시티와 리그 4위 자리를 놓고 피를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답니다. 프리미어리그는 4위까지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빅4로 입성이 아주 중요하지요. 토트넘은 지난 라운드에서 역시 우승경쟁을 펼치던 아스널을 물리쳤답니다. 이 경기로 토트넘은 03-04시즌 전설의 무패 우승 이후 5년만에 우승 탈환을 노리던 아스널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어요. 이 여세를 몰아서일까요? 토트넘은 경기 내내 무서운 공격력을 내뿜으며 첼시를 침몰시킵니다.
이제 맨유와 첼시 모두 3경기를 남겨 놓고 있습니다. 맨유는 토트넘, 선덜랜드, 스토크시티. 첼시는 스토크시티, 리버풀, 위건. 맨유는 토트넘전이, 첼시는 리버풀전이 매우 중요하겠지요? 아스널과 첼시 두 거함을 무너뜨린 토트넘은 맨유까지 잡고 리그 4위를 굳건히 지키고 싶겠지요. 반면에 맨유는 토트넘을 반드시 잡고 첼시가 리버풀에 져야지 우승이 보입니다. 그나마 맨유 입장에서 다행인 것은 이 경기가 올드트레포드에서 열린다는 것이지요.
반면에 첼시는 조금 힘들어 보입니다. 리버풀이 이번 시즌 빅4를 지켜내지 못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첼시를 제물로 삼을 게 뻔하기 때문이죠. 첼시 수비의 핵 존 테리는 연속 경고를 받아 앞으로 경기 출전이 불투명합니다. 게다가 이 경기는 안필드에서 열리지요.  "You'll never walk alone"이 울려 퍼지는 붉은 구장에서 과연 첼시가 승리할 수 있을까요?
이번 시즌은 그 어느 시즌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시즌입니다.
2010/04/18 20:33 2010/04/18 20:33

댓글을 남겨주세요.

"졸업" -우리들 청춘의 자화상

Posted at 2010/03/13 23:01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동안 꼭 봐야지 하면서 몇년을 미뤄 두었던 1967년작 영화 "졸업"을 봤습니다. 어젯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Sound Of Silence" 덕분이지요. "Simon & Garfunkel"의 노래인 이 곡은 제가 락앤롤키즈였던 중학시절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들었던 그들의 베스트 앨범에 수록되었던 곡인데요,  이곡을 비롯하여 그 앨범에 있던 "Scarborough Fair", "April Come She Will", "Mrs. Robinson" 같은 주옥 같은 노래가 바로 영화 "졸업"에 수록된 곡이지요. 언젠가 이들의 노래가 "졸업"의 O.S.T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 영화를 꼭 봐야지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비로서 보게 되었네요.

1967년 작품이니 40년도 더 지난 영화이군요. 개봉 당시 기성세대의 물질적, 육체적 속물주의가 젊은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과정을 보여주는 문제작이라하여 미국내에서도 논쟁이 많았답니다. 이런 이유와 더불어 스토리의 선정성 때문에 국내에서는 그 후에도 20년이 지난 1988년에 개봉이 되었지요. 막장 드라마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는 그리 충격적 스토리가 아니겠지만 196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과히 파격적일 수도 있을법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이런 스토리는 결국 영화의 주된 주제인 "상실감"으로 귀결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묘사를 스크린에 옮기는 것은 상당히 까다롭지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목적을 잃어 방황하는 청춘이 아주 세련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40년이 지났는데도 어색함이 거의 없지요. 특히 주인공 벤이 잠수복을 입고 수영장으로 뛰어 드는 장면은 그의 심리적 상태를 훌륭하게 묘사한 명장면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어느 시대든 항상 청춘이 갖는 부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들의 기대와 사회적 책임, 자신의 미래에 대한 중압감... 기성세대들은 자신들도 한번쯤 느꼈던 이런 감정들을 해결하려고 하지는 않고 오히려 다음세대들에게 넘겨 주기도 하지요. 그나마 벤은 명문대학 출신에다 가정환경도 좋기 때문에 믿을 구석이나마 있다지만,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졸업 후 사회의 큰 장벽에 부딪히며 많은 상처를 받을 것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청춘들에게 목표를 가지라고 제안합니다. 벤은 결국 일레인이라는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면서 그녀와 결혼을 목표하게 되지요. 그러나 그가 저질렀던 과오들이 그녀와의 해피엔딩을 방해합니다. 일레인은 다른 남자와 결혼식을 올리게 되고, 벤은 식장에서 그녀를 데리고 함께 도망갑니다. 지나던 버스를 잡아 탄 그들은 성취감에 미소를 보이지만 어딘지 모를 불안감을 보이며 영화는 끝을 맺지요. 이 장면은 아마 이후 수많은 영화에서 오마주되고 패러디 됐던 장면일 겁니다. 그만큼 이 영화가 명작이라는 것을 반증 하는 거지요. 최근에 개봉한 "500일의 썸머"에서도 주인공 썸머가 이 장면을 보며 펑펑 우는데요, 썸머는 이들의 도주 후 모습을 예견한 게 아닐까요?

우리들의 청춘, 여러분의 청춘에 햇살이 가득하길 기대합니다!
2010/03/13 23:01 2010/03/13 23:01

댓글을 남겨주세요.

"뱅크시" 벽에다 그려낸 PEACE!

Posted at 2010/02/21 18:01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영국에는 '뱅크시(Banksy)'라는 미술가가 있습니다. 벽에 낙서나 하는 것으로 치부되던 '그래피티'아티스트로 큰 명성이 있는데요, 실상 그에 대한 모든 것은 철저히 가려져 있는 수상한 미술가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래피티 자체가 일종의 범법행위이기 때문에 신분을 감출 수밖에 없었겠지요. 뱅크시라는 이름도 가짜 이름이라지요!

제가 뱅크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웹서핑을 하다 우연히 그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서부터였습니다. 런던의 거리를 무대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그려 넣은 그의 작품들은 뱅크시라는 이름을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로웠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평범한 벽면에 마치 생명을 부여한 듯했답니다. 그렇게 어느 순간 깜짝하고 나타나는 그의 작품들은 그 참신함으로부터 시민들의 조건없는 지지를 얻게 되었지요.

벽면이 훼손되는 것을 싫어하는 공공기관이나 건물주들도 그의 작품을 지우기에 급급했지만, 이제는 앞다투어 보존하기 바쁘다고 합니다. 아마도 보존성을 보장할 수 없는 그래피티의 태생적 한계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제는 지워져 사진으로만 그 짧은 생애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뱅크시가 그냥 미학적인 그래피티만을 그리는 작가라면 지금처럼 추앙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의 진면목은 바로 작품들을 통해 내뿜는 사회적 메시지에 있지 않을까요? 작품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미술의 공익적 측면을 획기적으로 실천하는 예술가입니다. 그가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주제는 바로 자본주의, 권력, 전쟁, 폭력 등에 관한 것인데요, 이런 주제들이 보통 무겁고 재미가 없는 데 비해 뱅크시의 작품은 유머와 해학이 넘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 주제를 받아들이게 되는 묘한 힘이 있지요.

뱅크시가 폭력에 대해 비판한 작품 중에 백미는 아마 팔레스타인-이스라엘을 가로막는 긴 장벽에 목숨을 걸고 남긴 일련의 작품들이 아닐까 합니다. 그는 무장한 이스라엘군의 총구를 온몸으로 받으며 680km에 달하는 이 장벽에 모두 9점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UN으로부터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통지를 받기도 했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뱅크시의 활약은 바로 예술 작품들에 대한 관점을 조롱하는 것입니다. 소위 유명한 박물관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걸려 있는' 그림을 기계적으로 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그렇게 만든 예술학적 권위에 대해 뱅크시는 철저하게 반기를 듭니다. 결국, 그는 이런 생각을 전하기 위해 대영박물관, 뉴욕 현대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 미국자연사박물관 등에 몰래 들어가 전시된 작품들 사이에 몰래 자신의 작품을 걸어 놓습니다. 그러나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들, 심지어 미술관 관계자들조차도 뱅크시가 '자백'하기 전까지는 이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지요. 이 사건은 많은 사람에게 예술 작품 본연의 가치는 '걸려 있는 공간'에 관계없이 모두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는 스페인 내전을 담은 작품 '게르니카'를 그리고서 "어떻게 예술가가 다른 사람들의 일에 무관심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만큼 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기능에 대한 중요성을 담는 말이지요. 사회 저명인사의 역설적인 발언보다는 단 하나의 작품으로 모든 세계인의 마음속에 커다란 메시지를 남기는 뱅크시의 작품은 정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0/02/21 18:01 2010/02/21 18:01
  1. ㅎㅎㅎ

    2010/03/29 17:33 [수정/삭제] [답글]

    저는 뱅크시에 작품을 무척 좋아합니다. 엄청엄청 많이요.. ㅎㅎㅎ 그의 작품은 메세지를 담고있기 때문입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아이패드! 모바일 라이프의 완성

Posted at 2010/02/06 12:10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패드가 출시된 지 며칠이 지났습니다. 미 온라인 뉴스채널 'CNET'은 지난 3일 아이패드의 판매량이 올해와 내년을 합쳐 800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하였군요. 아이폰으로 시작된 모바일 라이프는 과연 아이패드를 통해 완성될 수 있을까요?


1. 아이폰을 보면 아이패드가 보인다.

아이폰의 출시는 기존 통신회사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통신 기능이 주, 부가 기능이 그 뒤를 잇던 기존 휴대폰들과 달리 아이폰은 컴퓨터가 가진 여러 가지 기능에 통신 기능을 더했기 때문입니다. 아이폰의 매출량이 수직으로 상승하자 기존 통신회사들은 서둘러 대응책을 마련해 보지만 아이폰의 아성을 무너뜨리기는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IT회사인 구글에서 선보이는 '안드로이드'가 노키아, 소니에릭슨 같은 기존의 통신 회사들이 내놓는 제품보다 더 주목받는 상황이지요.

아이폰은 휴대전화 기능이 있는 컴퓨터입니다. 컴퓨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여 그 기능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애플은 아이폰용 소프트웨어의 다양화와 활성화를 위해 앱스토어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쉽게 배포할 수 있게 하고 그 수익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돌려주고 있습니다. 아이폰의 소프트웨어가 독창적이고 다양해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그런데 과연 PC에서도 이런 게 가능한데 굳이 아이폰이 하나 더 필요할까요?

아이폰은 들고 다닙니다! 그래서 PC에서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소프트웨어들이 아이폰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 될 수 있답니다. 예를 들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버스의 도착시각을 알려주는 소프트웨어가 그렇겠지요. 아이폰의 GPS 기능은 이런 소프트웨어들을 더욱 빛나게 해 줍니다. 또, 아이폰에는 이런 소프트웨어도 있습니다. 노래방에서 곡 번호를 쉽게 검색해주는 소프트웨어! 이러한 소프트웨어들은 '들고 다니는' 아이폰이기 때문에 가능한 소프트웨어들이지요.

아침에 일어나 날씨를 확인하고, 버스 도착시각을 확인해 집을 나서고, 언제 어디서든지 인터넷에 접속해 뉴스를 확인하고,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이렇게 아이폰은 사람들의 모바일 라이프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2. 아이패드! 너와 나의 커뮤니케이션

그렇다면 아이패드는 어떨까요? 아이패드가 아이폰의 확장판이라는 생각에는 모두 동의할 것입니다. 아마 아이폰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아이폰 사용자들을 쉽게 흡수할 수 있고 오가며 아이폰을 한 번이라도 만져 보았던 사람에게도 큰 거부 반응을 주지 않겠지요. 탁월한 결정이라고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아이패드의 크기와 입력방식입니다. 아이폰은 그 크기와 휴대전화 기능 때문에 개인적이다는 느낌이 강하지만, 아이패드는 그렇지 않지요. 즉 아이패드는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요? 아이패드가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회사 근처에는 직원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미용실이 있답니다. 이곳에서는 아이폰에 저장된 사진을 손님들과 함께 보며 헤어 스타일을 결정하곤 하는데요, 다른 미용실에서 각종 잡지 사진 스크랩을 보면서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지요. 제가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폰이 조금만 더 컸다면 훨씬 수월한 커뮤니케이션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패드는 이렇게 상대방과 의사 결정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레스토랑에서는 어떨까요? 메뉴판 대신 아이패드가 손님들에게 쥐어지고 손님들은 메뉴에 대한 훨씬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며 주문할 수 있겠지요. 길거리에서 설문조사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설문지 대신 아이패드를 통해 설문을 받는다면 분류작업 및 통계작업도 훨씬 수월해지겠네요. 요즘은 보험설계사나 세일즈맨들이 모두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고객들에게 상품을 설명하지만, 앞으로는 모두 아이패드로 바뀔 수도 있겠어요.

게다가 아이폰에도 적용된 터치패드 방식은 그리 새로울 게 없어 보이지만 아이패드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더욱 빛나게 할 것입니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통한 2차 입력방식에서 벗어나 손가락으로 직접 터치하는 1차 입력 방식은 그 아날로그적 느낌 때문에 상대방과의 감성적 교류를 도와주기 때문이죠.


아이패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많습니다. 그들 주장의 요지는 기존의 노트북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지요. 그들의 방식대로 따진다면 아이폰도 기존의 휴대전화와는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살아남은 제품들의 정석 아닌가요? 아이폰을 통해 모바일 철학을 인정받은 애플의 신제품 역시 IT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제품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10/02/06 12:10 2010/02/06 12:10

댓글을 남겨주세요.

외계인 출입 가능 블로그

Posted at 2009/10/20 23:12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성악설
대부분 인간은 악하다. 인간이 악해진 원인은 바로 물질(자본)에 있다. 물질을 얻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나의 주장은 荀子의 성악설과 일맥을 같이한다. 그는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가지는 감성적인 욕망을 방임해 두면 사회적인 혼란이 일어나기 때문에 인간은 악하다고 했다.

물질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은, 당시에는 영웅시되기도 하나 역사적 판단은 그렇지 않다. 특히 그것이 불필요한 과욕에 의한 노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각종 전쟁 및 권력 투쟁, 공익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수많은 정책... 이런 것들의 이면에는 대부분 물질적 보상을 받는 이들이 있다. 다시 말하면 물질을 얻기 위해 이런 것들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우리나라를 보라. 재개발의 과욕이 용산참사라는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는가!
 
아파르트헤이트, 디스트릭트 6
Apartheid. '분리', '격리'를 의미하는 아프리칸스 말이다. 1948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백인 정권이 집권하자 이들은 아파르트헤이트라 불리는 인종 분리 정책을 법률적으로 공식화한다. 이 법률은 우선 모든 사람을 인종 등급으로 나누어 백인, 흑인, 유색인, 인도인 등으로 분류한다. 그리하여 인종별 거주지 분리, 통혼 금지 및 출입 구역 분리 등의 세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다. 백인 정권은 아파르트헤이트를 '차별이 아니라 분리에 의한 발전' 정책이라는 마케터 뺨치는 캐치프라이즈를 달아 놓았다.
 
1966년,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의 일환으로 디스트릭트 6라 불리는 케이프타운의 한 구역이 '백인 전용' 지역으로 선포된다. 이 지역은 여러 인종이 거주하던 지역이나, 지리적 여건이 좋아서 백인들에 의해 강탈당한 것이다. 이로 인해 6만여 명의 유색 인종이 강제로 퇴거당하며 케이프타운으로부터 25km 떨어진 '케이프 플랫츠' 지역에 격리된다.
 
아파르트헤이트는 이후 계속 지속되다 흑인들과 교회의 저항이 심해지자 1990년 결국 이를 폐지하고 넬슨 만델라를 석방한다. 이후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사실상 아파르트헤이트는 완전히 폐지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디스트릭트 9
2009년 남아공의 한 젊은 감독이 '디스트릭트 9'을 들고 나왔다. 닐 블롬캠프는 2005년 디스트릭트 9의 모티브 격인 단편 'Alive in Joburg'를 제작하여 피터 잭슨의 눈에 띠었다. 피터 잭슨은 '헤일로' 프로젝트의 감독으로 그를 선임했으나, 자금 상의 문제로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그의 단편을 대안으로 삼게 된다. 그리하여 탄생한 작품이 바로 디스트릭트 9이다.
 
이 영화는 좀 특별하다. 우선 헐리우드 SF 영화의 공식이 없다. 외계인의 지구 정복이 없고 세계를 구원하는 미국도 없고 정의로운 주인공도 없으며 권선징악, 해피엔딩도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별한 것은 사회 부조리에 대한 진실을 SF로 포장해 까발린다 는 것이다. 이에 대해 블롬캠프는 '그것이 영화의 핵심은 아니며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보는 이의 무의식에는 작용할 것'이라고 교묘한 말을 한다.
 
모큐멘터리 혹은 페이크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한 이 영화에서 디스트릭트 9과 '프런'들에 대한 인간들의 생각을 나타내는 인터뷰 장면은 실제로 인터뷰 내용이 인종차별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 영화의 주요 촬영지가 남아공 태생의 사람들과 다른 나라 출신 아프리카인들의 갈등이 심각한 치아월, 소웨토 등지의 흑인 거주지인 것으로 보아, 블롬캠프가 '보는 이의 무의식에 작용'하게 끔 하려는 것은 충분히 의도된 것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외계인 출입 가능 블로그
디스트릭트 9을 보며 인간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착취되고 괴롭힘을 당하는 외계인을 보며 인간의 악함에 치를 떨었다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영화에 숨겨진 메시지를 발견한 것이다. 디스트릭트 9의 외계인은 단순히 생물학적 의미로서의 외계인이 아니다. 그것은 나와는 다른, 혹은 우리와는 다른 사람들을 가리킨다.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착취하고 괴롭히는 것이 과연 정당하다고 생각하는가?
 
디스트릭트 9은 그간 우리가 생각하던 외계인에 대한 관점을 변하게 한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가 '다른 이'에 대한 관점의 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
2009/10/20 23:12 2009/10/20 23:12

댓글을 남겨주세요.

카오산의 낭만

Posted at 2009/08/11 13:12 // in 키슈라이프 // by 키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맥주와 음악, 타투로 대변되는 카오산의 밤은 그 어느 곳 보다 아름답습니다. 각자의 체제를 벗어난 여행자들이 국적과 인종에 관계없이 빚어내는 자유로움이 그중 최고이지요. 나는 자메이카 국기색깔 팔찌를 하나 사, 왼쪽 손목에 차고선 이 자유로움을 활보합니다. 'roof view'를 기점으로 울려 퍼지는 하나된 노래 소리가 귀에 익어 흥얼 거리기도 합니다. 도로변에 아무렇게나 주저 앉아 맥주 한잔에 곁들여 먹는 팟타이의 그 맛은 또 어떻습니까? 마음을 크게 열어 카오산의 낭만을 한껏 느껴봅니다.[사진보기]
2009/08/11 13:12 2009/08/11 13:12
  1. HadA

    2010/05/19 11:01 [수정/삭제] [답글]

    꺄오- 카오산이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에딩턴, 아인슈타인 그리고 일식

Posted at 2009/07/22 14:13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19년 영국의 유명한 천문학자 에딩턴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개기일식을 통해 증명했다. 에딩턴은 이 관측을 통해 실제로는 태양 뒤편에 숨어 보이지 않아야 할 별빛이 중력장에 의해 휘어 마치 태양 옆편에 있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2000분의 1도 차이가 그 크기를 알 수 없는 우주에 대한 관점을 바꾼 것이다. 그로부터 90년이 지난 오늘. 1600km 시속으로 태양을 가로 지르는 달은 스스로의 궤적을 그리며 또다른 달을 만들어 냈다.

2009/07/22 14:13 2009/07/22 14:13

댓글을 남겨주세요.

Eternal Moonwalk

Posted at 2009/07/17 01:11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잭슨형님께서 돌아가셨지만 추모의 열기는 쉽게 가라않지 않는군요. 얼마전엔 스웨덴에서 마이클잭슨 추모 플래시몹이 벌어지기도 했었지요. 오늘은 마이클잭슨이 생전 코카콜라  CF를 촬영하다 불꽃이 머리로 튀어 화상을 입는 장면이 공개 되었는데요, 잭슨은 이 화상으로 인해 마취제를 투약받다 중독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마취제 과다 투여로 인한 그의 죽음에 시발점이 된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더욱 잭슨이 그리운 것은 생전에 그를 약물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던 이 사건에 대해 피해보상비로 받은 19억여원을 전액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화상 피해자들을 위해 기부했다는 사실입니다.

Eternal Moonwalk는  잭슨을 기리는 사이트이지만 그 어떠한 콘텐츠보다 멋있고 훌륭합니다. 잭슨의 문워킹을 시작으로 그를 기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문워킹이 그 뒤를 따르고 있지요. 잭슨을 기리며, 사람들의 마음속에 말그대로 영원한(Eternal) 문위킹이 되길 기원합니다.

2009/07/17 01:11 2009/07/17 01:11

댓글을 남겨주세요.

그리워 하면서 떠나가라

Posted at 2009/03/22 14:44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space 공감'과 '라라라-이 프로그램은 제목과 진행자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를 통해 이제 왠만한 사람은 다 알아버린 것 같은 그녀. 꼭꼭 숨겨두었다 그리운 날에 한 곡, 그 카타르시스는 이제 예전 같지는 않겠지요. '메아리 우체부 삼아 편지 한통을'은 작년 가을에 나왔다는데, 겨울이 지나 봄이 다 와서야 앨범을 듣네요. 맑은 음색으로 시와 같은 노랫말을 토해내는 것이 너무 좋답니다. 노래 가듣 묻어나는 그 신비스러움이 좋아요. '고백한적도 없는데 넌 미리 거절을 하고', '오다가다 입 싼 바람이 내소식을 전하거든'... 그래 이게 노랫말이지...

그냥 접으려니 아쉬워 'space 공감'에서 엄인호와 불러냈던 '아쉬움'을 동봉합니다. 머리에 꽂은 꽃은 어색함 대신 어울림.

2009/03/22 14:44 2009/03/22 14:44

댓글을 남겨주세요.

봄이와

Posted at 2009/03/01 14:16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여름에 태어나서인지 나는 겨울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영하를 오르내리는 추위 속에도 두려움 없이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은 과연 자연스러운 모습일까?

대부분의 동·식물은 열악한 겨울 환경에 적응하려 효율적인 방어책을 찾는다. 많은 동물이 겨울잠을 자는 이유가, 나무들이 낙엽을 떨어트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이들은 봄이 되면 겨우내 아껴 두었던 에너지를 순식간에 분출하며 지구를 온통 활기로 뒤덮는다. 인간은 그들이 만들어 내는 초록의 향연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현대인들에게 봄을 알리는 가장 큰 소식은 높은 빌딩을 뚫고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일 것이다. 겨울 동안 낮아진 태양이 점점 높아지면서 사무실 창문을 뚫고 모니터를 가리면 비로소 봄의 시작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봄을 느낀다는 것은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첫째, 우주 변화 원리에 대한 이해다. 기울어진 자전축과 공전으로 비롯된 태양 고도 변화는 봄·여름·가을·겨울을 만들어 냈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것은 이러한 우주 변화를 느끼고 있음을 의미한다. 거대한 자연을 인식하고 그것의 일부분으로써 자신을 인식하는 것이다. 둘째, 새롭게 시작되는 사계절, 앞으로 펼쳐진 희망적인 계절에 대한 설렘이다. 지구 상의 모든 유기체는 이 캠페인의 참가자다. 겨울잠을 깨고 나온 개구리는 사랑을 찾아 울어대고, 도로 옆 플라타너스는 또다시 거대한 초록빛 잎사귀를 싹 띄워 낸다.

나 역시 새로운 봄에 대한 설레임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희망'은 현실적으로 변하지만 그만큼 실현가능성은 커진다. 이러한 성취를 통해 좀 더 높은 곳을 볼 수 있다. 얼굴 위로 쏟아지는 얇은 햇살을 느끼며 나의 소소한 희망을 되새기는 것이 나는 좋다. 봄이 좋다.

2009/03/01 14:16 2009/03/01 14:16

댓글을 남겨주세요.

‘사이버모욕죄’시대의 난센스

Posted at 2008/11/06 17:13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지난 10월 2일, 연기자 최진실 씨가 사망했다. 여러 정황으로 보면, 악성 루머와 인터넷 악성 댓글로 인한 괴로움을 참지 못한 충동적인 자살로 추정된다. 그녀의 사망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한나라당은 발 빠르게 고인의 이름을 딴 ‘최진실법’ 제정을 들고 나왔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최진실법’은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나경원 의원 역시 정부에서 추진하는 법안과 별도로 비슷한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댓글에 의해 피해를 당한 사람이 해당 사이트를 상대로 삭제를 요구하면 24시간 안에 감추거나 삭제를 해야 하며, 댓글을 쓴 사람의 이의가 있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72시간 안에 판단하여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이다.

‘최진실법’의 실체

‘사이버모욕죄’는, 이명박 정부가 촛불집회에 ‘강경 진압’과 ‘공안 정국’으로 대응하던 지난 7월에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제안했다.

인터넷은 촛불집회를 24시간 생중계하며 이명박 정부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시발점이 되었고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이명박 관련 기사에는 비난 댓글이 줄을 이을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를 살펴보면 ‘사이버모욕죄’의 숨은 의도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말’을 듣지 않는 네티즌들을 옭아매려는 것이다.

당시에는 그 의도를 모를 리 없는 네티즌들과 시민사회 단체의 반발로 가라앉는가 싶었다. 하지만 최근 최진실 씨가 ‘악성 댓글’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자살을 선택하면서 이를 계기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표현의 자유 vs 모욕

법원 판례에 따르면 ‘모욕’은 구체적인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 판단을 표현하는 것으로 단지 모멸적인 말을 사용하여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추상적 판단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개개인에 따라 판단을 달리 할 수 있다. 이렇게 판단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모욕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사이버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처벌이 가능하다. 수사기관이 자의적 판단으로 악성 댓글을 작성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정권을 비난하는 댓글에 남발되고 악용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네티즌이 ‘잠재적인 범죄자’가 되면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데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은 자유로운 의사 교류를 통해 사회적 의제를 생산해내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담론장으로서 기능을 잃어버리게 된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면서 발생되는 여론 왜곡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결국 이명박 관련 뉴스 기사의 댓글에는 ‘완소MB’만이 넘쳐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인터넷 악성 댓글은 기존의 법률을 통해 얼마든지 처벌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인터넷의 기능을 제한하고 정권의 도구로 이용될 소지가 있을 법한 ‘사이버모욕죄’를 통해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여당의 의도는 시대에 뒤떨어진 난센스다. 빈대를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 아닐 수 없다.

한 악플러는 얼굴을 맞대고 직접 욕을 한 게 아니어서 상처 받을 줄 몰랐다고 한다. 교육적이고 문화적인 장치를 통해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을 이해했더라면 이런 악플러는 없었을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정치권이 지금처럼 제3자의 관점에서 ‘사이버모욕죄’를 거론하는 것은 서로에게 불신만 주게 될 것이다.


※ 이글은 '월간 말'지 11월 호에 기고된 내용입니다.
인터넷 원문 : http://www.vop.co.kr/A00000227907.html
2008/11/06 17:13 2008/11/06 17:13

댓글을 남겨주세요.

비무장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Posted at 2008/10/02 13:36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강의석 60만 대군을 가로막다.

어제 강남 일대에서 예고편 격인 퍼포먼스를 벌였던 강의석이 결국 건군 60주년 기념 시가행진을 가로막았다. 올해 독일에서 도입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비롯하여 유효사거리 10㎞의 국산 단거리 지대공미사일 천마와 자주대공포인 비호, 방공무기인 신궁, 분당 2000발 이상의 사격이 가능한 자주발칸포에 이어 실전 배치를 앞둔 차기 보병장갑차(K21)와 차기 흑표전차(XK2)를 비롯해 국군이 운용하고 있는 각종 장갑차와 전차의 행렬을 가로 막은 것이다. 그것도 올 누드에 종이총을 들고 말이다.

그의 행동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이들이 씹어대는 강의석 개인적인 문제들은 중요하지 않다. 고추를 달랑 내 놓고 '대한민국의 위용'인 전차 앞을 가로막은 모습이 당신들이 보기에 심히 불쾌해 보이겠지만, 극적인 대비를 통해 메시지 전달의 효과를 노리고자 올 누드로 탱크 앞을 가로막은 그의 발상은 유명 아티스트의 것 이상이다. 게다가 바주카포를 들고 나타난 것도 아니고 종이쪼가리 기관다 총을 들고 나타나 자칫 긴장 국면으로 맞닿을 수 있던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승화시켰으니 이만하면 브라보와 함께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한 고찰을 해야 되지 않겠나?

군대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5만여 명의 병력과 일본군이 두고 간 99식 소총 등 재래식 병기를 기반으로 탄생한 국군은 6.25전쟁과 휴전 뒤에도 계속된 북한의 도발, 베트남전 참전, 무장간첩, 서해교전 등 온갖 역경과 시련을 이겨내고 정예 68만 대군으로 성장해 국방비 지출 규모에서도 세계 9위인 명실상공 선진 정예 강군이 되었다.

하지만 빈번히 발생되는 군대 인권 문제와 의문사 문제, 막대히 지출되는 국방비로 인해 상대적으로 예산 편성이 어려운 사회 복지와 교육에 대한 문제, 베트남, 이라크 파병과 같이 대의 명분이 뚜렷하지 않은 참전 등등 강군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문제점들이 발생되는게 사실이다.

군대 존립이 국가의 위상과 국방력 강화로 인하여 보장되어질 평화를 위해서라는 이유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국가의 위상은 단지 국방력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 보다는 경제력, 사회보장, 국민의 의식 수준 등등이 국가의 위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가 교내 총격이 난무하는 미국을 부러워 하는 것 보다는 학비 걱정, 고용 불안, 고령화 문제 등등을 떨치고 살 수 있는 북유럽의 어느 작은 나라들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평화에 대한 문제는 또 어떠한가. 무력으로 지켜내는 평화는 단지 보여지는 평화일 뿐이다. 스위스 같은 나라들은 최소한의 군을 운용하면서도 오랜 기간 동안 평화를 유지 시켜왔다. 지정학적으로나 외교적으로 군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한 우리나라이지만 동서 냉전의 시대가 끝난지 이십여년이고 남북화해의 물꼬를 튼지도 꽤 됐다. 이제는 국방력 증강이 아닌 좀 더 평화적인 방법으로 평화를 이루어 낼 노력을 해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


비무장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군비만 축소된다 하더라도 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한번 상상해보자 그나마 남아 있는 군대에서는 병장 쫄병 할 것 없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신뢰의 마음이 바탕을 이룬다고 하자. 무차별 총기를 난사하던 김일병 같은 사건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철지난 F-15를 들여오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붓는 대신 사회복지, 교육부문에 예산 편성이 이루어져도 좋겠다. 우리 아이들은 더 이상 경쟁교육, 사교육에 시달리지 않고 부모들은 학비 걱정을 덜어 낼 수 있다. 비정규직, 노인 문제 등도 점차 개선되어 질 것이다.

강의석 퍼포먼스의 주제는 바로 이것이다. 비무장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서로가 노력하자는 거다. 군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겠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임을 그 역시 모르는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더 비무장을 위한 노력에 힘을 기울여야 함을 설파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2008/10/02 13:36 2008/10/02 13:36
  1. Christopher.K

    2008/10/07 21:24 [수정/삭제] [답글]

    안타깝게도 그는 군대를 깡그리 없애기 위해 나서고있습니다. 현실이고 나발이고..


    이 글 내용을 강의석씨가 본다면, "저는 모든 군대를 부정합니다. 글쓰신 분은 제 퍼포먼스를 이해하지 못하셨습니다."라는거죠.

댓글을 남겨주세요.

시엠립 여행기 #2-1

Posted at 2008/08/31 15:53 // in 키슈라이프 // by 키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데이스레이
시엠립 시내와 반데이스레이는 꽤 떨어져 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출발을 하지 않으면 여정을 맞추기가 힘이 든다. 또한, 이곳은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톡톡 드라이버들이 요금을 올려받는 곳이다. 28$를 요구하기에 20$로 합의를 보고 아침 햇살을 맞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시내를 가로질러가기 때문에 하루의 시작을 맞는 시엠립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수많은 오토바이가 이들의 주 교통수단인데, 일터로 나가는 그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해 보인다.

꽤 긴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야 하기 때문에 제법 도시 느낌에 배어나는 시엠립 시내의 모습에서부터, 언덕 하나 없는 넓은 평원의 모습과 캄보디아의 시골마을의 모습 등을 가는 길에 모두 볼 수 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달려서 도착한 반데이스레이. 일찍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많은 사람이 먼저 와 있었다. 지나가는 가이드의 말을 얼핏 들으니,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려드는 일이 흔치는 않다고 한다.

반데이스레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그 명성답게 우아함과 섬세함을 자랑하는데, 왕권에 의해서 지어진 사원이 아니므로 건축가의 개인적 예술 취향이 많이 녹아 있다. 그런 이유로 이곳은 앙코르의 다른 유적들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우선 그 크기인데, 책을 통해 '아담하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더 작았다. 그리고 굉장히 화려하다. 린텔 뿐만 아니라 곳곳의 조각은 이삼 중의 깊이로 조각되어 있는데, 붉은 사암의 장밋빛이 더해져 그 화려함이 배가 된다. 아침 일찍 와서 볼 게 아니라 석양이 지는 저녁에 와서 본다면 붉은빛의 향연이 가득할 듯했다.

관람로는 내벽의 회랑으로만 나 있는데, 훼손이 심해 내부로는 들어갈 수 없게 막아놓았다. 이번 여행 동안 가장 기대하던 장소 중에 한 곳이었는데, 인파에 휩쓸려 다니다 보니 기대만큼의 감동을 얻지는 못했다. 해자 근처에 잠시 앉아 그 아름다움에 작별을 고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벌써 태양빛이 뜨거워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반데이삼레
다시 시엠립으로 돌밋가서 점심을 먹기에는 시간과 거리가 여의치 않기 때문에, 우리의 젠틀한 톡톡 드라이버인 소이에게 시엠립으로 돌아가지 않더라도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소이는 앙코르 톰 근처의 한 식당을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가는 길에 반데이삼레를 꼭 들려보라고 한다. 여행을 계획할 때는 몰랐던 곳인데 가는 길에 있다고 하니 들리기로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유적인지 아니면 우리만 모르는 것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사원 입구는 한산했고 관광객들이 아무도 없다. 굉장히 높은 외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런 규모의 외벽을 앙코르 유적 군에서 처음 보는 것이라 그 위용이 대단하게 다가온다.

꽤 넓은 구조에다가 조밀함이 더해져 신비함이 가득 묻어난다. 사암의 무게감과 더할 나위 없이 어우러지는 곳이다. 반데이스레이와는 달리 오가는 사람이 없으니 마치 나를 위해 존재하고, 나를 위해 기다려온 사원인 듯하다. 나가로 조각된 난간들은 온통 사원을 휘감고 있으며, 공격적인 부조와 미로 같은 구조는 사원의 묘한 분위기를 한껏 살려 준다.

나는 오히려 반데이스레이보다 이곳 반데이삼레에서 더 큰 감동을 하였다. 이곳은 앙코르 유적 군에 대한 나의 기대감(신비롭고, 거대하고, 압도적일 것이라는)을 최초로 만족 시켜준 사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Lunch
소이가 데려간 레스토랑은 캄보디아 전통 가옥 형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자리는 대부분 서양인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아쟁 소리가 들려온다. 현지 관광가이드인듯한 사람이 자신의 손님을 위해 즉석에서 우주하고 있는듯했다. 밝고 경쾌한 멜로디가 입맛을 계속 돋우고 있었으나, 음식은 빨리 나오지 않고 애만 태우고 있다.

겨우 기다려 음식이 나왔으나, 주문한 것과는 다른 것이 아닌가! 종업원을 불러 다시 갖다 달라 하니 이번에는 금방 새 음식이 나왔다. 앙코르 비어를 들고 건배!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프놈
앙코르 유적 군들이 발견될 당시 유적들은 마치 폐허와 같았을 것이다. 이것들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복원하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들었을까? 현재와 같은 상태로 유적들을 복원한 것도 굉장히 경이롭고 훌륭한 일이지만, 이들이 타프놈을 발견 당시 그대로의 모습을 보존하기로 한 것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결정인듯하다.

이곳의 동쪽 관문은 사진에서만 보아오던 거대한 앙코르의 두상 조각이 처음 나타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 문을 지나 타프놈 내부로 들어가면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폐허가 된 그대로인 채 보존되어 있고, 통행로가 일방적으로 나 있어 사원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지만, 이제껏 다녀온 다른 유적지들과는 구조가 확실히 다르게 느껴진다. 마치 얽히고설킨 미로의 내부로 들어가는 듯하다. 코너 한편을 돌 때마다, 인간의 처지에서 보기에는 더없이 무시무시한 '자연으로의 회귀'가 그 모습을 나타낸다.

문명과 자연 사이의 정의할 수 없는 경계가 뚜렷이 남아 있는 이곳은, 앙코르 유적을 향한 신비로운 동경에 마침표를 찍을 장소로 염두에 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승리의 문
타프놈을 지나 프레야칸으로 가는 도중 우리는 앙코르 톰의 동문인 승리의 문을 지나게 되었다. 이곳은 '우유 바다 휘젓기'의 거대함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나중에 앙코르 와트 벽면 부조에서 그 클라이맥스가 나타나겠지만, '우유 바다 휘젓기'와 관련된 조각들을 굉장히 많이 발견할 수가 있다. 특히 코즈웨이의 양쪽 난간 등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혹자는 앙코르 인들의 세계관에 대한 중요한 모티브로써 '우유 바다 휘젓기'를 강조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난간 조각에 예술성과 신화성을 살리려고 '우유 바다 휘젓기'를 가지고 온 게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08/31 15:53 2008/08/31 15:53

댓글을 남겨주세요.

시엠립 여행기 #1

Posted at 2008/08/03 17:22 // in 키슈라이프 // by 키슈

공항의 조각상

공항의 조각상

첫재날

저녁 늦게 도착한 시엠립 공항은 아담했다.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바로 바람. 이곳을 향한 동경에 대한 최초의 화답이다. 더운 지방다운 습한 바람을 가슴속 깊이 들이마시며 여행의 시작을 실감한다.

시엠립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겨우 한 것은 항공권 예약과 호텔 예약, 그리고 이곳에 머무르는 나흘 동안 답사할 앙코르와트 유적지에 대한 사전 지식을 알아보는 게 고작이었다. 미리 정해놓은 타이트한 일정은 오히려 그것에 얽매여 여행의 또 다른 매력들을 놓치기 쉽상이다.

항공권은 여행사를 통해서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호텔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했다. 경비도 아끼고, 많은 여행객과 함께하는 분위기를 느끼고자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를 계획이었으나 혼자 가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작은 규모의 호텔을 예약하기로 했다. 그래서 예약한 곳이 앙코르 스타 호텔이다. 시내 중심부에 있기 때문에 어디든 쉽게 갈 수 있고, 무엇보다도 올드 마켓 old market이 가까워 밤에는 펍 스트리트 pub street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며 여독을 풀기에 안성맞춤인 호텔이었다. 부킹닷컴(http://booking.com)에서 그 위치(부킹닷컴에서는 구글 어스를 통해 호텔의 위치를 위성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와 숙박비를 알아보고서 바로 예약을 했다. 해외 호텔 예약을 대행해주는 한국의 여러 사이트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했다. 1박에 32$. 저렴한 가격이 미심쩍어 호텔에 확인 메일을 보내니 다음 날 기다리고 있겠다는 답신이 왔다.

공항을 나오자 톡톡 드라이버들이 다가온다. 호텔까지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할 시간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톡톡 드라이버들은 기본적인 영어도 곧잘 해서 어렵지 않게 예약해 두었던 호텔까지 갈 수 있었다. 드라이버는 10$의 가격을 제시했지만 우리는 5$에 탑승했다. 시엠립에서 가격협상은 기본이다. 시엠립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돈을 지불할때 가격협상을 하지 않으면 뭔가가 좀 섭섭할 때도 있다.

호텔로 향하는 길에는 온갖 게스트하우스들과 식당들이 즐비해 있다. 한국어로 된 간판들이 아주 많이 보여 외지로 나온 흥이 가셨다. 드라이버는 호텔 앞에 우리를 내려다 주고, 내일 온종일 톡톡을 빌린다면 20$에 드라이빙을 해 주겠다고 한다. '하핫 12$ OK?'

호텔 내부

호텔 내부

호텔은 훌륭했다. 전체적인 규모가 좀 작을 뿐이지 이 정도의 깨끗함과 이 정도의 객실크기라면 어느 나라에 가더라도 32$에는 구하기가 어렵다. 내심 호텔 시설에 대해서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호텔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간단하게 짐을 풀고 바로 펍 스트리트로 향했다. 호텔 프런트에서 시내 지도를 펼쳐 주며 10분 정도면 걸어서 갈 수 있다고 한다. 많은 가게가 밤늦게까지 오픈을 한다니 천천히 걸어가서 맥주 한잔에 시엠립의 첫날밤을 만끽하고 싶었다.

시내 지도를 보며 죽 걸어가다가 '레드피아노 red piano'가 보이고 길을 따라 술집들과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있는 모습이 보이면 이곳이 펍 스트리트임을 알게 된다. 여행자들의 천국이다. 매일 밤 펼쳐지는 파티의 향연이다. 낮 동안의 여독을 풀려고 맥주 한잔하는 사람들, 이성을 꾀기 위해 꽃단장 한 사람들, 여행 정보를 얻으려 만나는 사람들, 떠나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마주 앉은 사람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구경하려고 나온 사람들. 이런 사람들의 분위기들이 묘하게 어우러져 매우 매력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거리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는 '바나나 리프 banana leaf'이라는 간판의 술집에 앉았다. 캄보디아에 왔으니 캄보디아 맥주를 마셔야겠지. 앙코르 비어 2병과 망고 샐러드. 맥주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맛있고 입맛에 맞았지만, 망고 샐러드는 향이 강한 야채들이 섞여 있어 쉽게 먹지 못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움으로 가득 찬 것들을 만지고 느끼면서 점점 취해가다 보면 임의 모습이 더 예뻐 보이기도 한다.

호텔로 돌아가려 자리를 일어나니 톡톡 드라이버들이 다가온다. 내일 일정에 대해서도 물어보는 것을 보니, 이곳에서 톡톡을 빌리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었다. 드리이버들이 매우 많으니 인상 좋아 보이는 드라이버에 좀 더 저렴한 가격과 좀 더 럭셔리한 톡톡을 빌릴 수 있겠다 싶었으나, 우리는 이미 예약을 해 두었으니 그냥 호텔로 돌아가는 톡톡에 몸을 실었다.

둘째날

본격적인 답사 준비를 끝마치고 밖으로 나서니 톡톡 드라이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톡톡이 고장 났다며 다른 기사를 데리고 왔다. 이 친구 이런 식으로 중간 마진을 남겨 먹는 선수인 듯했다. 어찌할까 잠깐 고민을 하다가 일단 톡톡에 올라탔다. 기분도 살짝 상했는데 서비스마저 엉망이라면 오늘 밤 펍 스트리트에서 다른 톡톡을 구할 생각이었으나 드라이버는 나이도 좀 있고 순하고 친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드라이빙 솜씨가 일품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레아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내와의 거리가 가까운 편은 아니어서 톡톡을 타고 좀 달려야 한다. 앙코르 유적군 중에서 거의 최초의 사원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처음으로 보는 앙코르 유적이어서 그런지 굉장한 신비함으로 다가왔다. 여섯 개의 탑이 비교적 규칙적으로 서 있으나, 주위의 외벽이라든가 신도 등은 많이 훼손되어 거의 알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사원 입구에 가냘픈 원주민 여자애가 둘리님에게 풀꽃 반지를 끼워주며 돈을 요구한다. 마음 약한 둘리님이 가지고 있던 리엘(캄보디아 화폐단위)을 다 꺼내어 건네줬다. '이렇게 마음이 약해서야'하면서도 측은한 마음에 돈을 건네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인간적인 정을 느꼈다.

사원을 지키는 사자상, 누군가를 기다리며 다소곳이 앉아 있는 닌다상, 탑 문의 린텔과 가문, 그리고 이를 지키는 남신과 여신상 등 여기에 서 있는 탑에 쓰인 건축 양식이 이후 모든 앙코르 유적에서 보인다.

린텔의 조각은 매우 정교하고 아름다우며 그 빛깔이 곱기 때문에 쉽게 눈을 뗄 수가 없다. 도올은 이 린텔에서 섹슈얼리티를 끄집어 냈으나, 나는 형식과 균형의 미를 맞추려고 관념적인 신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맞춰가며 최상의 조합을 찾아낸 크메르인들의 탁월한 미적 감각과 건축 감각에 대한 경이로움이 먼저 와 닿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콩
프레아코 바로 옆에 있다. 피라미드식 사원의 모습이 최초로 보이는 곳이다. 앙코르 와트의 원형이 되는 곳이다. 나가의 호위를 받으며 양옆으로 펼쳐진 신도를 지나 우뚝 솟아있는 피라미드는 위용이 엄청났다.

내벽으로 들어가면 양옆에 도서관이 있고, 주변으로 프레이코에서 보았던 탑들이 서 있다. 피라미드는 올라갈 수 있으며, 피라미드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이 또한 장관이다. 어두운 사암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남성적이면서도 무거운 느낌이 물씬 배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펍스트리트로 돌아와 점심을 먹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 몬순기후의 영향으로 한껏 쏟아지는 소나기를 만났다. 우리는 톡톡에서 그 비를 맞기로 했는데 나중에는 도저히 그냥 맞을 수가 없었다. 드라이버가 순식간에 톡톡을 개조시키니 더는 비를 맞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점심을 먹으려 들어간 레스토랑은 '드래곤 수프 dragon soup'. 카레와 치킨 요리를 주문했는데 입맛에 맞았다. 식사를 마치고 옆에 있는 올드마켓에 들렸다. 고향에 있는 오일시장에 온듯한 느낌이었다. 생선과 고기의 비린내가 코를 진동하는 한쪽 편을 지나고 나니, 옷이나 기념품 등을 파는 상점들이 즐비해 있다. 둘리님은 핸드메이드로 만들었다는 나시티의 무늬가 예뻐서 18$의 가격을 깎아 10$에 하나를 샀다. 마침 혼자 여행 온듯한 한국의 한 여성 여행객이 둘리님이 산 티셔츠를 보고 얼마에 샀느냐 물어 오길래 10$에 샀다 그러니 굉장히 놀라면서 비싸게 샀다는 표정을 짓는다. 도대체 시엠립에서는 얼마까지 깎아야 하는 것인지 순간 좌절감이 밀려왔다. 나는 앙코르 비어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1$ 반에 하나 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프놈바켕

사용자 삽입 이미지
톡톡을 타고 시엠립에서 가장 높다는 프놈바켕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앙코르 와트의 해자와 서문이 보이기에 애써 시선을 외면했다. 예고편을 보면 영화가 재미없어지게 마련이다.

프놈바켕은 시엠립에서 가장 높다지만 높이가 겨우 70미터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들의 기준으로 그런 것이다. 당시의 크메르인 들에게는 그 어떤 높은 산보다도 높은 산이 바로 프놈바켕일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곳 정상에 이렇게 신성한 장소를 만들어 놓을 필요가 없지 않았겠는가?

원래 프놈바켕을 오르는 길은 너무나 가파르므로 지금은 막혀 있고 원래의 길 오른쪽으로 완만한 길을 만들어 놓았다. 왼편은 코끼리를 타고 오르는 길이 나 있다. 원래의 길 양쪽으로 서 있는 사자상이 굉장히 늠름하다. 프레아코나 바콩에서 보아온 사자상은 앙증맞고 낮은 것에 비하면 이곳의 사자상은 몸매가 길쭉하게 잘빠져 있고 크다.

정상에 오르면 프놈바켕 사원이 바로 보인다. 계단이 매우 높고 좁아 오르기가 쉽지가 않다. 앙코르 유적지들의 계단은 대체로 가파른데 신들이 오르는 길이기 때문에 그렇다. 정상에 서면 시엠립 시내가 한눈에 다 보인다. 머지않은 곳에 앙코르 와트의 첨탑도 보인다.

내려오는 길은 코끼리가 다니는 길을 이용하기로 했다. 길 자체도 코끼리 하나가 지나갈 만큼 좁은데, 내려가는 도중에 코끼리를 만나 옆으로 비켜서면 바로 눈앞에서 코끼리가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프놈바켕 앞에 즐비해 있는 노점상에 앉아 코코아 하나를 시켰다. 커다란 얼음 통 속에서 하나를 꺼내 바로 구멍을 내어 내왔는데, 생각보다는 시원하지도 않고 달콤하지도 않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압사라 댄스
호텔로 돌아와 내리니, 드라이버가 압사라 댄스를 보지 않겠느냐 물어온다. 이곳에서는 저녁 뷔페와 압사라 댄스를 함께 볼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많다. 마침 호텔 바로 앞에 그런 레스토랑이 있어서 저곳에서 보겠다 하니 예약을 해 주겠다고 한다. 가격은 12$. 호텔 앞이 레스토랑이니 같이 가서 예약하자고 했다. 직접 가서 예약하니 자리를 직접 선택할 수 있어서 좋았다. 레스토랑 직원이 티켓을 끊어 주며 10$를 부르려고 하자 드라이버가 직원을 향에 현지어로 샤바샤바 하더니 12$로 다시 가격을 부른다. 드라이버와 레스토랑 사이 모종의 관계가 있는 듯하다. 아마 2$ 정도는 소개비 명목으로 드라이버들이 가져가는 것 같았다.

내일은 반디스레이를 가겠다고 하니 28$를 요구한다. 20$에 가격을 합의하고 내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압사라 댄스를 보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호텔 수영장에서 잠깐 피로를 식힌 뒤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뷔페식사가 제공되는데 현지식들이 많이 나왔다. 소스에 찍어 먹는 찰떡 비슷한 음식이 굉장히 맛있었다. 음료는 따로 계산을 해야 한다. 무대에서는 현지인들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춤과, 라마야나 이야기의 원숭이 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압사라 댄스가 공연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크게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옛날 크메르 미인들이 벗은 가슴에 얇은 비단 치마를 입고 추었을 압사라 댄스를 생각하자니 댄서의 절제된 교태가 보는 이들의 애간장을 태웠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맥주를 한잔 더 하려 펍스트리트로 갔다. '레드 피아노' 앞에 '인 터치 in touch'로 가 자리를 잡았다. 9시부터 라이브를 하는데 온갖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이 있으니 그날 손님들의 국적을 잘 살펴 번갈아 가며 그 나라의 노래를 부른다. '사랑해 당신을'이란 노래가 가장 먼저 나오는 걸 보니 아무래도 맞은 편에 앉아 있는 손님들이 한국 단체 관광객인 듯했다.

그렇게 둘째 날의 일정이 저물어 갔다.

2008/08/03 17:22 2008/08/03 17:22

댓글을 남겨주세요.

촛불시위가 변질되었다는 이유가 고작 그것인가?

Posted at 2008/07/04 16:40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 백분 토론에서도 여실히 나타났지만, 정부 여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이 바라보는 촛불 집회는 변질된 불법 폭력 시위이다. 그들의 주장은 1. 청계천에서 평화롭게 진행되는 집회가 어느 순간 도로를 무단 점거했다. 2. 경찰의 폴리스라인을 넘어 청와대로 진출하려 했다. 3. 사회질서 및 공공의 안녕을 위해 불법·폭력 시위를 강제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과열된 진압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모두가 촛불집회의 본질을 무시하고 촛불집회의 행태에 초점을 맞추려는 프레임 짜기이다.

평화로운 집회를 유지하던 시민들이 도로를 점거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무엇인가?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뼈져리는 반성한답시고 고개를 숙였던 자, 결국 국민을 기만하지 않았던가. 재협상에 대한 노력은 전혀 없이 추가협상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카드를 들이밀고는 자화자찬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추가협상에 대한 국민적 평가와 여론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놓고선 이제 와 정부를 믿고 대통령을 믿으라니, 그 누가 자리를 박차고 나아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촛불집회가 도로로 진출할 때에는, 이미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불합리성을 성토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무능함과 오만함을 성토하고자 한 것이다.

폴리스라인은 또 어떠한가?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려 한 사람들은 대부분 당신들이 평화스럽다고 여겼던 초창기 촛불집회 참가자들이었다. 진정 그들이 이같이 도로를 점거하고 코 앞에서 경찰들과 대치하는 집회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폴리스라인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잘 모르는 보통 시민들이 대부분이다. 그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이명박 정부에게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간절함만이 가득한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폴리스라인은, 정부와 국민 사이의 소통을 맞는 장벽이자 곧 공권력 차원에서 시민들에게 가하는 암묵적인 폭력일 뿐이다.

지난 주말 경찰의 무시무시한 진압이 의도적이었는지 도발적이었는지 그 속내는 모르겠다. 도로를 점거했다는 이유가, 또 당신들만의 성역인 폴리스라인을 넘어서려 했다는 이유가 과연 쇠 파이프에 두들겨 맞고, 방패에 찍혀 피를 흘려야 될 일인가? 무차별적으로 연행되는 그들에게 서슬 퍼런 법의 잣대를 들이밀며 심판하고자 하는 이 정부는 과연 민주주의를 천명할 수가 있단 말인가?

역사는 반드시 오늘을 재기록 할 것이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 그랬고, 6·10 민주 항쟁이 그랬다. 폭도로 매도당하고 빨갱이로 매도당했지만, 그 본질만은 끝내 살아남아 이제 역사 앞에 당당히 설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들에게 총질해댔던 자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짧은 식견으로 오늘 촛불집회의 본질을 흐리려는 잘못을 범하지 마라. 결국은 허공을 향해 쏘아 올린 화살촉이 되어 당신에게 다시 돌아오게 될 것이다.

2008/07/04 16:40 2008/07/04 16:40

댓글을 남겨주세요.

누가 촛불집회 참여자들을 폭도로 만들었는가?

Posted at 2008/07/01 11:33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 5월 2일 처음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벌써 60여 일이 지났습니다. 최근의 촛불집회가 경찰에 대한 저항의 양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를 빌미로 연일 보수진영의 논평이 뜨겁습니다.

정부와 보수진영은 이들에게 폭도라는 딱지를 붙이고 촛불집회를 불법·폭력 시위라고 외쳐대고 있습니다. 과연 촛불집회 참여자들은 폭도이고, 촛불집회는 불법·폭력 시위일까요?

법치국가로써, 대한민국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헌법입니다. 그중에서도 헌법 제1조는 헌법의 모든 생각을 담아낸 가장 중요한 조항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음 직한 이 조항은 2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내용은 바로 이렇습니다.

1.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

또한, 헌법 제21조 1항과 2항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1.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2.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 조항만 따지고 본다면 촛불집회는 당국의 허가 사항이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에 따른 기본권에 입각한 행동임이 틀림없습니다.

다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는데 '집단적인 폭행·협박·손괴(손상, 파괴)·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주최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입니다. 이 조항과 더불어 일출 전, 일몰 후 옥외 집회나 시위, 허가받지 않은 시위에 대한 금지를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 정부와 보수진영에서 촛불집회를 불법·폭력 시위라 규정하는데 직접적인 근거가 되는 법률 조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처음부터 불법·폭력 시위대라고 불리지는 않았습니다. 교복을 입고 나온 청소년들의 창의적이고 위트 넘치는 피켓과 퍼포먼스, 가족의 건강을 바라는 시민들의 작은 촛불, 그리고 그 위로 울려 퍼지던 '아침이슬'이 촛불집회의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어땠습니까? 이들의 목소리가 무엇인지, 이들의 바람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이는 대신에 기회만 엿보는 쥐새끼처럼 기다리다가 결국 추가 협상이라는 졸속 행정을 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정부에게 더 큰 목소리를 들려주고자 더 많은 사람이 모였고, 거리행진을 하고, 급기야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대통령은 필요 없다고 정권퇴진을 외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전경버스를 들이밀어 행진을 막아버리고, 물대포와 소화기를 직사하며 방패와 곤봉과 군홧발로 온몸을 내리찍는 정부를 두고도, 시민들이 평화를 외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민주시민들을 폭도로 만든 것은 다름이 아닌 이명박 당신입니다.

헌법 제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촛불집회를 법률로써 불법·폭력 집회라 규정하고 제한할 수 있겠지만,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이를 지지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음을 정부는 다시 한번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2008/07/01 11:33 2008/07/01 11:33

댓글을 남겨주세요.

소통하지 않는 정치에 미래는 없다.

Posted at 2008/04/09 20:24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책도 없고 공약도 없고

전국에서 18대 총선에 뛰어든 후보는 모두 703명 입니다. 이들 중 의정활동계획서를 작성한 후보자는 183명 입니다. 당사자들은 공천이 늦어졌다는 변명입니다만, 후보들 면면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내로라 하는 후보들 역시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안상수, 정몽준, 이재오, 남경필, 정두언, 홍정욱 후보의 이름도 여기 올라 있습니다. 해마다 선거철 만 되면 정책부재를 질타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이슈도 없고 화두도 없습니다. 여기에는 선관위가 단단히 한 몫을 했습니다. 시민사회가 등록금을 이슈로 꺼내려 하면 ‘선거관리법 위반’이라고 제동을 걸고 나섰고, 인터넷 실명제와 네티즌 기소로 인터넷에 재갈을 불렸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상 최저의 투표율에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결국 자업자득 입니다. 정치참여를 보장하고 독려하지는 못할망정 네티즌의 눈과 귀를 가려놓고 도장만 찍으라는 식의 발상은 정치발전에 오히려 해가 될 따름입니다.

사상 최악의 투표율 46%

결국 과반의 투표율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투표율 저하는 단순하게 참여율이 낮아졌다는 것으로 풀이돼서는 안됩니다. 선거의 꽃이라고 불리는 국회의원 선거에서조차 정치 냉소가 팽배한 것은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회의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권자들에게 다가서지 못하고 외면 받게 된 1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정치권에 있습니다. 쟁점도, 이슈도, 화두도, 정책도 실종된 선거를 만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유권자는 주권을 행사하는 사람이지 ‘투표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유권자는 후보자에 대해 알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후보자는 유권자에게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후보자는 자신의 의정활동에 대한 계획을 설명하고, 지역발전과 정치비전에 대한 설명과 공약을 내 세워야 합니다. 그럴만한 공간이 없다면 공간을 만들어야 하고, 유권자에게 조금이라도 다가서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절반의 지지조차 받지 못한 국회

18대 총선은 결국 과반의 지지도 받지 못한 국회로 낙인 찍히게 됐습니다. 국민에게 버림받은 국회. 그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국민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야 합니다. 재갈을 물릴 것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확성기를 보급해야 하고,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를 애정과 관심으로 돌려 놓아야 합니다.

소통하지 않는 정치인과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나라에 미래는 없습니다. 공룡은 가는 곳 마다 자신의 무게만큼 크고 깊은 발자국을 남길 것이고, 발자국의 깊이 만큼 신음하는 국민은 늘어날 테니까요.

2008/04/09 20:24 2008/04/09 20:24

댓글을 남겨주세요.

4·3 영령들이시어

Posted at 2008/04/03 11:08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4·3 영령들이시어 특별법이 제정되고 명예회복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도 낡은 이념대립으로 인해 편히 쉴 수 있게 해 드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제수를 올립니다. 우리의 지식과 우리의 기술, 그리고 우리의 펜 끝이 이념대립이 종식될 때 까지 날카롭고 셈세함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시옵고 그리하여 제주의 땅에 진정 새 봄을 부르는 평화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우리의 마음을 담아 묵념하고 명복을 축원하오니 밝은 세상에 다시 나아가 영생하길 기원하겠습니다.

2008년 4월 3일 4·3 60주년을 맞이하여...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2008/04/03 11:08 2008/04/03 11:08

댓글을 남겨주세요.

"뷰티플 데이즈" 섬세하고 감각적인 사운드

Posted at 2008/03/18 23:26 // in 키슈페이퍼 // by 키슈

사용자 삽입 이미지
"뷰티플 데이즈". 요즘 한창 헤어나오지 못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밴드이다. 몽환적이면서도 감각적인면이 돋보이는 이들 음악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러니함이 묻어나는 섬세함이 아닌가 한다. 음색만큼이나 자극적인 프로그래밍 솜씨로 밴드의 보컬을 이끌어가는 오희정이 "시이나 링고"를 좋아한다고 하니 그들의 음악적 특색이 범상치 않으리라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어찌 보면 너무 비약적일 수도 있다는 의견에도 동감한다.)

그들의 음악을 처음 듣게 된것은 2005년 즈음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였다. "가까이"라는 첫 싱글 앨범이 발매 기념으로 나온듯 싶은 스튜디오에서 라이브를 하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싱글 앨범에 수록되었던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 "초대", "ringo" 같은 곡들이 매우 신선했었다. 싱글앨범이라 하기엔 너무 완성도가 높은 곡들이 많아 새삼 놀랍기도 하고 그만큼 즐거워 하며 듣던 앨범이었다.(글을 쓰는 중에 "ringo"라는 곡과 "시이나 링고"와의 관계가 문득 궁금해졌다.)

그해 11월에 나온 두번째 싱글 "beauti-fool" 앨범은 "가까이" 앨범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전체적인 감각과 냄새는 비슷하지만 그 색깔이 짙어졌다고나 할까. 좀 더 강력함을 과시하지만 그 섬세함과 너무나도 잘 어우러져 짙어진 색깔만큼이나 놀라움을 주던 앨범이었다.

오늘 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쓰기 위해 웹서핑을 하던 중 이 앨범이 "고스트 스테이션"에서 최단 기간 인디 락 차트 1위에 랭크 되었던 앨범이라고 한다. 혹시 서울역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는 분들은 도어 스크린에 달려있는 TV를 통해 이들의 앨범 CF가 플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 CF에서 이들의 새 앨범이 신해철 사단을 통해 발매된 것을 알고 내심 의아해 하던 의문이 풀렸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긴 하지만, 그래도 메이저 레이블을 등에 업었으니 좀 더 많은 채널을 통해서 음악을 들려 줄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

이번 앨범 "BOY+GIRL"은 앨범 제목답게 소년 소녀의 의미심장한 이야기들을 지극히 감성적으로 풀어간다. 이들의 연주와 노래가 그렇지만 복고와 아날로그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감각적이고 실험적인 사운드를 쏟아낸다. 이래서 "뷰티플 데이즈"가 난 좋다. "스텔링 사운드"라 불리는 미국 최고의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 마무리 작업을 했다고 하니, 사운드적인 측면은 그전 두장의 싱글 앨범보다는 좋아졌을것이다. 나의 짧은 귀로 듣기엔 이전의 싱글앨범에서도 사운드는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그리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졌으나, 조금 더 풍부해진 음색들속에 이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한껏 녹아있던 것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두장의 싱글 앨범과 이제 막 나온 정규앨범에서 그 색깔을 끊김없이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의 앨범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몇안되는 밴드임에 틀림없다. 그 색깔만큼이나 자극적인 음악을 통해서 오랬동안 지켜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08/03/18 23:26 2008/03/18 23:26

댓글을 남겨주세요.